여섯줄 창작 마당

비 오는 날

두무동 2010. 5. 20. 06:41

    비가 오면 -두무동 김명현

    비가 오면 그 비를 맞고 싶다. 우두둑 머리위로 때리는 비는 아프지 않아서다. 머리가 벗겨진다고 맞지 마라는데 옷이 젖는다고 우산을 쓰라지만 우중독백으로 그냥 맞서고 싶다. 떠난 사람의 눈물을 맞고 있다. 슬픔이 내리는 줄 안다. 뜨거운 태양이 웃음이라면 비는 눈물이다. 눈물은 대지를 적셔주고 수분을 공급하여 태양과 같이 영양분을 주어 식물을 자라게한다. 비는 좋은 자양분인 것이다. 비와 눈물은 나의 의식주다. 나는 비를 맞으면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비 없이 살 수 있느냐”고 묻고 싶다. 슬픈 것도 있어야 재미를 안다. 비는 슬퍼서 이기보다. 맑아지는 자신이기 때문이다. 비를 받아 손에 사마귀도 기르고 빗물 한 줄기를 목 가슴파인 골짜기로 흘려보내 비와 섞이고싶다. 비를 좋아 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 비가 오는 날에는 창문을 보는 것도 좋다. 내님은 창문 속에 갇힌 우리를 더 좋아하나보다

 

비오는날 -두무동 김명현-

 

길옆으로 차를 세웁니다.

비를 맞고 싶습니다.

어제의 힘들었던 시간이 자꾸 떠오릅니다.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물을 한참 지켜봅니다.

의자를 눕히니 빗물은

더 세차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비가 오니 나의 온 마음은 갈 때가 없어

오대가다 못합니다.

우산을 챙겨 두었습니다만

마음은 빗속에 갇혀 움직이질 않습니다.

무엇인가 나를 떼려주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오는 창가 문턱 바로 앞에 당신을 앉히고

모락모락 피는 차 주전자를 기우리며

조용한 찻집에 갇히고 싶습니다.

 

비오는 남산 - 배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