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줄 창작 마당
초동이 되어
두무동
2009. 4. 7. 17:16
초동樵童이 되어 / 김명현
1.
이름 모를 새들이 아침을 알리면
산 노루떼 멀꾸러미 구경하는 논밭으로
이릉에 걸터앉아 골바람을 등지니
받잡은 냉수 한 모금 꿀같이 달고나
산채나물 두루 비벼
마주한 님에게 권커니 잡거니
동산에 해 그늘 질때
풀벌레 모아 노래교실 열어주고
사립문 닫으면 절 같이 조용한 집으로
등잔의 심지를 솟구워 올려놓고
푸근한 무릎을 살피 들어 베고서
하늘가 별들이 잦아 질 때까지
못 다한 내 노래 들려주며 살고파라.
2.
분홍색 커 텐을 드리운 창에는 별들이 송송 하고
문살 틈으로 가느다란 두 그림자만 비치는
밤을 나는 가지고 싶어.
접동새도 귀 기울이고 듣는 이야기를
도란거리며 하고 싶어.
스산한 솔바람 소리도 무서움 없이
보낼 수 있는 밤이 왔으면 좋겠어.
차린 반찬이 없어도 수저 둘 짝 맞추어 올리고
밥상을 마주하고 싶어.
촛불의 눈물이 마르거든 베게 당겨 마주하고
귀속 말로 들리는 이야기를
동창이 밝도록 하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