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줄 창작 마당

겨울 들판에서

두무동 2010. 1. 7. 14:55

 

 

겨울 들판에서   김 명 현


쟁기가 걸음마하는 골안의 자갈 논,

물대기 어렵고 하늘만 쳐다보는 봉천답奉天畓을

문전옥답門前沃畓 굼논으로 우기시던 논이라고 우기던 아버지가 물려주신

마당만한 논 몇 마지기.

 

한 마지기에 석 섬 난다는 계산을 가르쳐 주시고

허리펼 날 다가오자 두고 가시더니.요즈음은

소 질매도 한번 안태우고 기계가 태평하게

일 년 농사를 짓는데도 이문利文이 없습니다.

 

늦가을 서리 내린 논 앞 두렁에는 보리씨 넣고

뒷 두렁에는 밀씨 뿌려 양식 조달이 우선이던 시절에

일 없는 겨울들판에 보리씨가 거름에 파묻혀 월동을 했는데

지금은 볏짚도 거두어가고 고라니와 산돼지가 놀다갔는지

땅을 다 뒤지고 짐승들이 노는 놀이마당이 되었습니다.

  

 

장맛비에 도랑물이 차고 간 논두렁 깁는 일로 겨울을

보내시어서 그런지 

수수깡으로 역은 윗목의 고구마섶에서는

흙냄새와 싹트다 썩는 고구마 냄새가 많이 났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면 딛고 가던 지게바탕은 지금 시멘트길이

잘 나서 지게지고 가는 꿈을 꾸신 당신이 쉬시던 그 자리는

경운기 트랙터가 양길로 지나면서도 비좁습니다.


겨우내 소 마구 돼지 마구간에는 거름 밟히시고

봄 오면 밭갈이 하실 연장을 다듬고 벼루어 쓰다듬던

주름살 군살 밴 당신모습은 환경농사가 차지하면서

그 풍경은 겨울들판 쑥대와 같이 보잘 것이 없습니다.

 

            First Snow-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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