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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와 고라니

두무동 2014. 12. 6. 17:29


 

고속도로와 고라니    김 명 현


겁 많고 슬픈 눈

쫑긋한 귀로 세상을 보다가

빨리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달리기를 한다.

 

좁은 가슴 수심 깊은 검은 눈

나 경적소리에 놀라 쓸개 없이 뛰었지

바른길을 긴 다리로 바람같이 달렸지.

 

넓이뛰기 뜀뛰기는 따를 자가 더문데

고속도로에만 오면 맥없이 넘어진다.

 

능선을 타고 망개잎을 따다가도

정신없지는 않았는데.

고속도로에만 오면 비호같은 차들이

나보다도 더 날뛴다.

 

밤이면 쌍 눈을 부릅뜨고 달리니

肝은 호랑이를 본듯 사지가 풀리고

뛰다가 주저앉고, 뛰다가 주저 앉는다.

 

내 눈은 밤이면 더 어둡고

넓은 고속도로에서는 길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