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줄 창작 마당

신 장진주사(新 將進酒辭)

두무동 2010. 2. 28. 18:08


 

          신 장진주사(新 將進酒辭) 김명현 

대포 한 잔하세, 소주 한 잔하세.

살아 있을 때 술 한 잔 나누세

내가 자네한테 권할 것이라고는 잔 밖에 없네 그려 담배는 끊어서 멀어졌어도 잔 들면 가까워서 좋고

인정 넘친 술은 따르는 것도 낙일세


선약은 따로 말고 일마치고 돌아갈 때 포장마차에서 만나세

위에서 치이고 아래에서 치받아도 참았다가 한잔하세

안주 없는 술상에는 사장을 안주삼으면 어떻겠나. 쥐꼬리같은 월급 낮추고 구조 조정하느라 낮추고 아내 앞에 고개 못들고 술집에서 고개 들세

 

거래처 이대리가 술 한 잔하자하면 납품단가 끼여들고 정과장이 술 한 잔하자 하면 좋은 일 있을까 싶었는데 김부장이 핸드폰으로 일식집에서 만나자고 하네

기러기 / 테너 색소폰 / 이석화

식사나 한번 하자는 것이 술 마시고 노래방가고

코스마다 카드 값 내고 나면 본전 생각 간절한 거 알겠나.


좋은 자리 있을 때 좋은 일 많이 하면

회사에서 제대한 뒤에 대접받는 걸 알리 있나.

완당의 人生三樂(一讀二色三酒)도 저절로야 오겠나.


잘 나가던 내 인생 수 틀려서 이 모양이지.

나도 자네 만할 때 팔광 쌍피도 청풍명월이 내 손에 있었는데.

어쩌다 아이엠에프 리먼 금융위기의 한복판에서

약자 구실만하는 졸라맨의 후손이 되었는데.


그래도 한자리에서 건배 하면 일편단심 경제뿐이네.

맨날 그 모양 쌈박질만하는 정치이야기는 끄내지도마세

그 울화통으로 잔이나 한번 채우게나.

억울해도 나와는 거리 먼 이야기 근처만 둘러보고

아리랑 쓰리랑 주고 받고 한잔하세


한번 인생이 저물어 지면 싸고 갈 일 있나

걸치고나 가나 술이나 한 잔하세.

술 한 잔하고 나면 喜怒哀樂은 다 꼬부라진 옛일일 걸세.

人生事 一場春夢 거나하게 취해보니 좋기나 하지

예전에 마신 술맛도 구만리 같은 청춘도

도로는 아니 오는 것이 세상 이치라 떠나고 후회 말세.

오만가지의 근심걱정은 꼴깍이는 잔에다 채우고

소주병 호리삼아 昏絶이나 한번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