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줄 창작 마당

할아버지 냄새

두무동 2010. 4. 28. 20:14

 

  

할아버지 냄새 ∥김명현∥

 

담배재가 만연장판에 배여서

문지방만 넘어도 할아버지 냄새가 났다.

 

출업 나가시는 날 갓 통을 열어도

땀 젖은 망건 띠에 할아버지 냄새가 났다.

 

횃대에 걸린 흰 옥양목 두루마기에

풀 먹인 도포자락에도 나던 그 냄새

 

양귀비 아편약 고약봉지 영사약 부싯돌 담뱃대

꼬기꼬기 접은 쌈지에서 나던 할아버지 냄새

 

궁금한 쌈지속 특별한날 사용하시는

손때 묻은 수지침 방위나침판

접는 빗 하나에도 할아버지 냄새가 났다 

 

색 바래 붉고 희던 궤짝위의 이불 요는

호청을 새로 해도 할아버지 냄새는

추억과 함께 사랑채에서 숨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