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펏던 날들

매미와 나

두무동 2010. 8. 7. 07:57

 

 

 

매미와 나 -김명현-

 

나의 본체는 백년을 산다 해도

발에 차이는 돌보다 못하고

하루에 한번 뜨는 해보다 하루는 빈약하다.

 

나 없이도 살아갈 모든 것 들은

나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나에 의해 버려지며

살아 가는 것은 쇄사의 일일 뿐이다.

 

숲을 이루는 한 거루의 나무보다 못한 나

호흡을 한번만 멈추어도 떠나 갈 나

매년 다시 올 저 매미보다 못한 나.

 

맏이로 태어난 나는

한여름 높은 숲에서 이슬만 먹고도

좋다고 노래하는 절름발이 매미라도

형 누나로 삼는 것이 낫겠다.

 

슬프면 매미가 우는 것이고

좋으면 노래하는 것이지....

울거나 웃거나

차라리 정신없이 우는 저 매미를

내 죽으면 상주로 삼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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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름에 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