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참을만 합니다
떨어 집니다
발에 밟히는 그들이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가을을 보면서 붙잡지 못해 철렁 거립니다
자꾸 뒤돌아 보며
이생의 질긴 끈을 잡으려하고 있고
곱게 물든 단풍에 내 마음을 빼앗기고 맙니다
조금있으면
몇 날이 지나고 앙상한 가지에서는 살이 에이고
나는 또 지난 겨울과 같이 떨게 됩니다
두렵기까지 합니다
끈끈한 정이 내 뒤에 남아 있는 것
때문도 아니고 그토록 바라던 그것을
이루고 싶은 것 때문도 아닙니다
점점 차가워 집니다
내 육체가 싸늘해 지는 것 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견딜 수 없는 그리움입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십 년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가을만 되면 사랑 앓이를 하면서 또 아픔을 견딥니다
이제는 참을만 합니다
내 육체에 고통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내 영혼을 잡아 주고 있는 따스한
그대 손길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 출 처 : 주 은 님 글 중 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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