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형아야! 봄이 왔다.

두무동 2009. 4. 9. 15:10

 

   

   

    형아야! 봄이 왔다.

                                   "명  현"


    푸른색 짖어지는 긴 둑에 비가 개이네.

    으시시 추위 타던 산수유 꽃은

    지난 가을 열매가지 옆에 다시 피었네.

 

    낫자루 던져두고 냇가로 가버린 형아야.

    도랑물 고마이대 고인 웅덩이에 멀뚱한

    올챙이 고무신에 퍼 담아 어디로 가져 날랐노.

  

    봉창 넘어 제비꽃이 자주색으로 짙어오면

    저 멀리 신작로에 뿌연 연기 이는 것을 보고

    버스타고 가는 손님이 부럽다던 형아야.

   

    오줌 싸게 몽유병 다 나으면 어린 나를 일찍

    장가보낸다 하시던 노란 내 동심의 할머니는

    봄이 오면 산새 되어 찾아오신다고 했는데

 

    지난겨울 잠 청하던 나방 벌레들이 동면에서

    아직도 못 깨어났나.

    벌들이 옆구리에 노란 꿀통을 달고 다니면

    벌통 하나 더 지어 늘리자던 할머니는

    아직 봄소식과 함께 형을 기다리는데

    그 소식을 못 들었나.

 

    할머니 허리  밟으라하면 도망다니던 형아

    이제 내허리가 아픈 것 보니 일철이 닥아왔나보다.

    형아야!  봄이 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