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에 가면 『 명 현 』
높지도 않는 벌거숭이 민둥산에 가면
진달래가 간간이 피어있고,
소나무 한두 그루와 앉은키가 묻히던
내가 놀던 민둥산 놀이터가 있다.
길가에는 낮은 꽃들이 쉬는 자리마다 피어있고
빤질빤질한 제일 높은 자리 돌 방구하나 있는
동내 민둥산에 내 놀이터 있었다.
젖먹이 송아지가 뒷다리로 공중을 박찰 때는
땅 잔디 몸 사리다가 삐삐도 못 피우고 시들던
그 동산은 가슴에 품고 있는 내 추억이다
큰 나무라야 내가 자주 올라타 가지가 늘어진
외솔 몇 그루 망개풀 깨동풀은 못자리 풀로 잘리고
나와 키가 같이 자라던 민둥산이 보고 싶다.
큰새는 지나서가고 덤불을 찾는 미새들만 새끼치고
산토끼 다람쥐가 뛰놀던 민둥산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다면.....
풀 망태 벗어 놓고 비석 놀이에 해가 짧던 그곳은
지금쯤, 산 능선은 봄 햇살에 그림자 짖고
땅풀 잔디는 큰 나무에게 자리를 내주고
옛일들을 다 잊었을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