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줄 창작 마당

그 녀석 멍메기

두무동 2011. 8. 4. 05:31

 

 

그 녀석 멍메기         김명현

 

이름을 여럿 가진 제비 닮은 그 녀석

제비가 집을 지으면 송판 받침대를 해주었는데

사랑채 기둥 높은 구석에 집을 짓는데도

쫓겨 다니던 그 녀석.

 

'왜 그랬지' 이유를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쫓고 쫓기고, 처마 밑 집부수기. 장난치기'

만만하던 멍메기는 가 지은 그 녀석의 별호다.

 

칸나 꽃잎 비 젖어 흘러내리면

빨랫줄에 앉아 마당을 잘 기웃거리고

마주보기 끄려 눈치 보던 그 녀석

 

사고치고 숨어살고 남의집살이가 심히도

의심 가던 녀석

비를 맞고 몸을 흔들던 때는

또 다른 이름 '물 찬 제비'.

   

목소리는

찍찍거리던 전축 판에서 흘러나오던 가수보다 곱고

'선데이 서울'의 아가씨보다 날씬하던 녀석 

  

낙숫물도 지친 눅눅한 장맛비가 방울방울 떠가던

가난살이 일천구백년

석가래 날럼한 처마아래 도리뱅뱅한 집을 두고

마당을 몇 바귀나 돌다간 녀석

 

이천년에 문득 생각나는 친구

지금도 눈치를 보고 기웃거리며 사는지

 

~어제 같은 시절로 돌아가도

그 녀석과는 같이 살 수 없다.

 

 

명메기, 명세기, 명막이, 멱마기, 명마기, 맹멩이, 앵맹이, 앵메기,

앵매기, 명바기, 맹맹이, 넹넹이, 냉냉이, 넥네기, 낵네기, 냉내기, 

명말조(明末鳥 명매기), 명망조(明亡鳥), 귀제비, 다양한 이름을 가진

제비과의 새. 작년 제비집에 포개서 집을 짖고 살아 제비를 좋아하던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던 제비와 비슷하고 남의 집을 기웃거리기 좋아하던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