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셔온 글

애주가의 넋두리

두무동 2019. 7. 30. 11:24

애주가의 넋두리

 

하늘이 내리니 天酒

땅이 권하니 地酒

내가 술을 좋아하고 술 또한

나를 졸졸 따르니

내 어찌 이 한잔 술을 마다하리.

     그리하여 오늘밤 이 한 잔술을

地天明酒로 알고 마시노라.

물같이 생긴 것인데 물도 아닌 것이

나를 울리고 웃게 하는 것이

과연 요물은 요물이로구나.

한 잔술이 목줄을 적실 때는

내 안에 용동치는 슬픔도 토해내고

이슬 맺힌 두잔 술로 심장을 뜨겁게 하니

가슴속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가는 구나.

석잔 술을 가슴에 부어

그리움의 연못에 가두어 놓으리라.

내가 술을 싫다하니 술이 나를 붙잡고

술이 나를 싫다하니 내가 술을 붙잡는구나.

꽃은 피어도 소리가 없고

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

사랑은 불타도 연기가 없고

친구는 옆에 있어도 내마음속에 없으니

장미가 좋아 꺾었더니 가시가 있고

친구가 좋아 사귀었더니 이별이라는 것도 있고

세상이 좋아 태어났더니

죽음이 기다리고 있더라.

잡을 수 없는 세월은 어디론가 성큼 성큼 달려가고

얼굴엔 어느새 잔주름만 무리지어 다가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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