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줄 창작 마당

쑥의 사계

두무동 2009. 4. 7. 16:38

  
쑥의 사계

                           “명 현”

 

봄날

그대를 만나면

배가 고파진다

초봄 햇순 돋을 때는

입맛 돋우는 향기로 되었다가

사변나면 긍휼식품(矜恤食品)으로

한 움큼의 주먹밥이 되고

배 아프면 쑥 물로

상머리에 앉은 탕약사발이 되겠소.

 

여름 

와공(蛙公)들이

조석으로 걸터앉아 곡하는

밭두렁에서

소복히 엎드린 임산부가 되고

밭골 이렁에서 쓸모없는 잡초가 되겠소.

 

가을

억센 쑥대로

아무도 거두어 가지 않는

들판에 쭈삣 선 나무가 되었다가

기억나질 않는 꽃으로 시들겠습니다.

 

겨울

찬 달이 처마 밑을 기웃거리는 밤마다

서까래 맞물린 기둥에 아금받게 매달린

쑥부쟁이로 국화를 그리워하며기다리겠습니다.

  해금연주-아지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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