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쑥의 사계
“명 현”
봄날
그대를 만나면
배가 고파진다
초봄 햇순 돋을 때는
입맛 돋우는 향기로 되었다가
사변나면 긍휼식품(矜恤食品)으로
한 움큼의 주먹밥이 되고
배 아프면 쑥 물로
상머리에 앉은 탕약사발이 되겠소.
여름
와공(蛙公)들이
조석으로 걸터앉아 곡하는
밭두렁에서
소복히 엎드린 임산부가 되고
밭골 이렁에서 쓸모없는 잡초가 되겠소.
가을
억센 쑥대로
아무도 거두어 가지 않는
들판에 쭈삣 선 나무가 되었다가
기억나질 않는 꽃으로 시들겠습니다.
겨울
찬 달이 처마 밑을 기웃거리는 밤마다
서까래 맞물린 기둥에 아금받게 매달린
쑥부쟁이로 국화를 그리워하며기다리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