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류(石榴)에게 - 명 현 -
꽃이 희면 열매는 붉고
열매가 붉으면 꽃은 붉지 말아야 하거늘!
석류야, 너는 꽃 붉고 열매도 붉어
채색이 단순하고 씨마저 투명하니
너의 조상은 청렴한 선비로 나라에 충忠이구나.
심성이 반듯한 네가 차돌처럼 여물면
틀이 임플란 나사못을 대신할 만한
그 모양은 천상 잇발이라 가정에는 효孝로구나.
안채의 마님이 입덧을 심하게 할 때
오만 인상 다 쓰는 그 맛이 신기의 약으로
맛과 모양은 다산多産의 징조이리라.
너에게 바라노니
여물고 여물어 익고 또 익어
나라의 주춧돌처럼 되고
사랑채 뜰로 나서면 忠孝를 담은 훈육訓育으로
꽉 차 벙거지는 너 모습을 본떠서
밝고도 환한 나라의 얼굴이 되기 바라노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