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로 산다해도 "김 명 현"
첩첩 산골 돌축담 땅에 붙은 댓돌 하나 딛고 부엌과 안방이 연결된 정지문으로 단정히 비녀 지르고 부엌일에 분주한 당신을 본다면...
아가가 잠들면 햇살 한마당 잔치벌린 장대에 잠자리는 줄을 타고 뽀송한 빨래를 차곡차곡 개는 모습이 당신이면 좋겠소
해 저문 저녁 일터에서 돌아와 마루에 앉으면 대야 물에 당신의 얼굴이 비치고 된장국 산나물 가득 담은 저녁밥상을 소복히 마주하는 사람이면 좋겠소
더미의 간솔 장작을 아궁이에 짚히고 이불 밀친 윗목으로 달과 별을 모셔와 반지고리 수틀에 십장생.산수화를 긴폭으로 수놓는 그림자가 당신이면 좋겠소
대숲의 부엉이도 울음거친 고요한 밤 바람소리에 취한 호롱불이 그림자로 일렁일때 긴 벼게를 내려 놓는 당신이면 세상의 음파가 들리지 않는 산골도 심심하지 않겠소
세간이 간단해도 마음살림 풍족하면 촌부로 산다해도 내사 당신만 있으면 좋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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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노 천 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 덩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 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 양푼의 수수엿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사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행복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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