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글

하늘에게 땅에게

두무동 2012. 7. 27. 13:00

 

하늘에게 땅에게     김명현

 

나는 두더지처럼 흙을 파는 농부입니다.

땅이 나의 재산이고 하늘은 나의 주인이십니다.

비가 오래 동안 오지 않았습니다.

주인님의 일이시라 나는 아무 말을 하지 못합니다.

나의 밥상은 주인님이 주신 물로 영양분을 받습니다.

먹장구름이 가린 날은 주인님의 얼굴이 밝아보이질 않아

나는 땅만 처다보았습니다.

나는 농부라서 소원도 비와 빛을 골고루 자근자근 주시길 바랍니다.

바람이 오면 원망하지만 열매가 맺지 않을까 하는 의심은 없습니다.

빛이 있어 따스한 봄에는 벌 나비를 데리고 오기 때문입니다.

비가 너무 많거나 가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곳을 생각하며

공평하신 주인님을 우러러 봅니다만.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지는 땅에서는 삶이 고요하고

열려있는 하늘에는 한없이 넓은 마음으로 모든 것을 용서하시고

두루 통하게 하시어 서로의 원망에서 벗어나길 원합니다.

땅은 물을 품은 어머니입니다.

비온 후 아스팔트처럼 빗물이 씻겨 가고 나면 사람이 먹고 살 샘물은

없을 것 갇습니다.

많은 비가와도 흙은 비를 머금었다가 사람이 필요로 하는 양 만큼만

조금씩 내어줍니다.

흙을 깊이 이해하려고 굴을 파고 들어가면 추운 겨울은 따듯하고

더울 때는 시원함을 주고 알맞은 온도로 체온을 돌봐 줍니다.

흙의 소중한 교훈 때문에 모았다가도 나누어주는 것이

그리도 아름답게 보이는지 모릅니다.

나는 살아서의 모든 원망은 흙속에 묻고

죽어서는 흙이 되려고 흙과 하늘에 매달려 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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