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구봉산의 전설(화양)

두무동 2009. 5. 19. 02:08

 

 

九峰山의 傳說(구봉산의 전설)


대밭의 양지. 땅골 뒷 뫼가 아버지처럼 버티고. 비너티 슴바골이

병풍처럼 감싸는 골안을 앞산 아홉 봉우리가 펼쳐져 가두었던 샘물을

일산지로 방출하니 동내는 활(弓)터이고 내 흐르는 것은 신궁(身宮)이라

아홉 남매를 가슴에 품은 어머니의 산이 구봉산(九峰山)인지를

친구들은 알겠지.

새벽 먼동이 터기 전에 용왕님 전에 제 지낼 때 할머니 손잡고 

따라 나서던 고개

논 밭길로 가는 어머니를 따라 나서다가 쫓겨서 도망치던 고개

할아버지 시장 갔다 오실 때 알사탕 사오실까 기다리던 고갯길

방학이면 저 고개 넘어서 버스 타고 도시의 친척집 가고파서

넘고 싶던 고개

여름이면 멱 감으러 두 세 번 씩 넘나들던 곳

학교 갔다 지친 걸음 쉴때 자색 패랭이 꽃이 썩비륵 돌사이에서

곱게 피어 있던 윗길 아랫길로 나있던 두갈래 고개길

새총가지 세 가지를 아랫 둥지에 톱질하고 앉을자리 길이제어

뒤에다 발통 달아

세발 달린 나무구루마를 꼬불한 비탈고개에서 먼지 일으키며 달리던 곳

어린 동생들이 객지에 간 형 온다고 고갯마루에서 신작로로 하루 종일  

내려서 쳐다보고 기다리던 고갯길.

공부하러 떠나던 아들 이불 보따리 머리에 이고 배웅 하던 고개

삼촌들이 군에 갈 때 만세삼창 외치고 애국가 부르고 떠나던 고개

오는 손님 맞으려가고. 가는 손님 배웅 할 때 눈물 짖고 울던 곳

안개비 내리던 날. 입대하는 손자 배웅하던 할머니가 고개 만당에서

주저앉아 차 연기 사라지도록 눈물 짖고 게시던 곳

어머니가 아침저녁 논으로 밭으로 밥 바구니 따배이 틀어 머리 이고

국 주전자 국물 흘리며 참 나르느라 넘던 고개

시어머니 시집살이 해방하고 친정 갈 날짜 기다리며 눈길 주던 곳

설운님 보내는 날 섬섬옥수 매만지고 연인들이 울면서 이별하던 고개

아버지가 논 밭길로 지게 짐 지고 한 보탕 두 보탕 세면서 넘던 고개

소 등에 질매대 멍에 매고 무거운 짐 거친 숨소리 품으며 넘던 고개

전쟁 나고 몹쓸 병이 나돌아도 고갯마루 당산나무가 문지기로

지켜주던 고개

세상풍파 마무리하고 황천길 떠나는 날 길목에서 애기 생이 불사르던 고개

동내 이장님 面에 갔다가 술 한 잔하시는 날 넘어진 자리는 

쉬자며 자고오던 고개

일 년에 두 번씩 매상하러 가마니 지고 넘나들던 고개

장한 아들 등용문 열리고 군수님 방문 할 때 반겨주며 인사하던 고개

고사리나물 취나물 풋 성기가 지천으로 깔려 아낙들 봄나들이 다니던 고개

초봄이면 산수유 꽃이 만발하여 동민들 건강을 지킬 것이라 하고.

꿀벌들이 잔치하는 봄이면 밤꽃이 만발하여 쌈지용돈 싸이게 하는

낮은 봉우리들

게으른 소먹이아이 높은 뒷산에 꼴 없다고 소고삐 잡고 풀 뜯기던 봉우리

엄마소 울음 울고. 아기송아지 젖 떼고 팔려가던 고개

가방 맨 우편배달부 그리운 임 소식 가지고 이마 땀 흘리며 넘나들던 고개

처녀 총각 끈 맺을 때 청실홍실로 역은 사승 사주 들고 넘던 고개

몹쓸 병 낫게 해 달라고 당산나무 성왕님께 빌던 그 고개

한손에는 간이 밴 깔치 한 마리 들고. 또 다른 한손에는 누른색 종이부채를

저으며 할머니가 시장에 갔다가 오실 때

종이처럼 풀 먹인 모시적삼 가슴을 풀어놓고 그늘에 앉아 쉬시던 고개

봄 겆이 모내기 끝났다고 보리 미숫가루 포대기에 나누고

고추 가루 빠아서 봉지 넣고 참 기름병 두 번 싸서 딸집 아들집으로

행차하시던 고갯길

노모가 고향 떠난 자식이 온다는 소식에 하루에 열두 번씩 쳐다보던 고개

김소월이가 보았다면 영변이라 글 쓸. 일산지 벼랑에는 문장가가 없어

詩로 짖지 못하고 종달이만 앞세우고 피토하고 있는 달박곡의 진달래.

연인들이 숨어서 사잇길 내며. 몰래 넘어 샛길이 나있던 매봉길

봄이면 못 자리 그름으로 풀해서 논에 넣고 정구지 토란 밭이

있는 진등고개

새마을 사업으로 넓혀져 큰문으로 되어있는 일산지의 진입로에

문화제 간판이 셋이고 범죄 없는 마을증표가 동내인심인 줄 알리는

봉우리들의 끝자락

묘산을 가고 오고 학교 갈 때 가장 가까운 전다곡

신령의 혼이 서렸다고 남녀 한 쌍이 동내의 상징처럼

당산나무가 서있던 당산곡..

이침이면 동녘봉우리 햇살이 창호지 문틈 새로 비추던 봉우리

밤이면 소쩍새와 부엉이가 울고 반딧불이 반짝이던 고갯길은 수초가 우거져

길막히고 그 옛날 추억은 그대로 멈춘체 친구들을 기다리고 있겠지...

친구들아 흰 감꽃 붉은 석류꽃이 낙화되어 땅으로 다 지는 구나.

초여름 해긴 날, 묘산의 세 문화제(소나무.신도비.고가)도 눈 여겨서 보고

구봉산 동내 구경 가자.

김 명 현 004.06 09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 방에서  (0) 2009.05.19
이름없는 사람으로 살기  (0) 2009.05.19
나는 인 두껍을 쓴 축생   (0) 2009.05.08
민둥산에 가면  (0) 2009.05.04
형아야! 봄이 왔다.  (0) 2009.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