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름없는 사람으로 살기

두무동 2009. 5. 19. 02:09


    

   이름없는  사람으로 살기      “김명 현”

 

    사람의 한 평생은 칠십이 요즈음의 평균 나이입니다.

    나는요, 이제 한참 내리막길로 달리고 있네요.

    산에 올라가서 자주, 풀들이랑 여러 가지 미물들에

    대한 생각을 합니다.

    잡초, 인동능쿨, 아카시아 등등... 

    그네들은 나처럼 이름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그 이름 올해도 그 이름입니다. 

    지붕의 박 넝쿨은 동풍에 자라고,

    못 판의 모는 농부의 발자국으로 자랍니다. 

 

    모두 생명을 가지고 있고, 이름도 다 가지고 일생을 살아갑니다.

     그 일생이라고 셈을 하면 기껏해야 일 년인데 

    우리는 해가 바뀌어도 벼는 벼로 호박은 호박으로 부릅니다.

    작년의 매미는 그모양 목소리도 작년에  듣던 그 목소리

    여전히 개구리소리로 지들끼리 모양이 좀 틀리면 소리 또한 다르지만

    그 개구리 그 매미는 틀림없습니다.

    작년에 죽고 없던 것도 올해에 또 그 이름을 부릅니다.

     나는 생을 여러 가지로 나누어서 하루단위로도 생각다가 

    한주 단위나 한달 그리고  일년 단위로 생각 하는데.

    하루살이는 하루를 일생으로,학(鶴)은 백년을 일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지금 내가 살아가는 시간만 생이고 수십년이 지나고 나면

    나(我) 라는 이름은 없어지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집니다.

    내 이름은 사라지고 내 영혼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렇기에 우린 두렵습니다. 

    종교에 기대서 어릴 때부터, 지금 없는 하느님과 부처님을 찾다가

    결국은 그 종교도 책임지지 않는 곳으로 우린 가고 맙니다. 

    육신과 영혼은 사라 졌습니다. 

    그리고 그 생은 무(無)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궁금해 하던 저승은 결국 無로 가지만 내 이름은

    그대로 남아 상주들이 얼싸안고 다닙니다. 

    우리의 생도 이년에도 내년에도, 호박씨가 다시 호박이 되듯

    호박처럼 내 이름이 사람이면 그만입니다. 

    그러면 나는 영원히 살아서 다시 태어나면 또 사람이 되어

    자식 하나로 내 생명은 영원할 것입니다. 

 

    이름에 대한 집착을 먼저 버립시다.  

    피부가 검으면 흑인으로, 황색이면 황색인으로,

    女면 여자로, 男이면 남자로만 되면 그만입니다. 

    우리 종족은 현실의 삶에 너무 골똘한 나머지 이름을 지어서

    복잡하게 '내가 어쩌고저쩌고 그 누가 어쩌고 저쩌고' 합니다. 

    모두 종(種)으로 보면 사람들입니다.

    호박이 여러개 일지라도  이름은 "호박" 이름 하나이 듯

    우린 모두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똑 같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인생이라 생각하면  

    우린 모두 한 인간으로 이름 지어진 그저 이름도 동일한,

    사람으로써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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