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김명현
아버지 제삿날 이월 열여드레
화양나곡 노송 고가 신도비
이정표 앞에 나타난 어린 고라니,
어미 젖을 갓 땐듯한 어린 고라니가
화양 입구에서 나를 맞이했는데 기분이 이상하다.
여태끗 다녀도 길에서 만나기는 처음이다.
오늘은 꿈에서도 보고싶은 아버지를
만나러가는 고향 마을 입구에서 그분을 본듯하다.
지금은 산이나 언덕에 햇순도 날텐데
마을에 내려와서 해치지는 않는지...
온순하기가 저 사슴 같으시던 아버님.
아들이 바리바리 꾸러미싼 제사상을 생각하시고
마중을 나오신 것일까.
눈을 둥그릇게 뜨고있던 골목길에서 만난 고라니
야릇한 기분을 좀처럼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