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쏜살같은 세월

두무동 2009. 4. 7. 17:31
 

漢詩-山 中/송익필(구봉)

 

獨對千峯盡日眠(독대천봉진일면)

일천 봉우리 마주하여 졸음에 해 지는데.

 

夕嵐和雨下簾前(석람화우하렴전)

 저녁 산 으스름이 비를 안고 내려오네.

 

耳邊無語何曾洗(이변무어하증세)

 세속 잡설 안 들리니 귀 씻을 일 무엇이랴.

 靑鹿來遊飮碧泉(청록래유음벽천)

 푸른 사슴 노닐면서 맑은 샘물 마신다네.

 

쏜살같은 세월

                김 명 현

 

저녁놀에 비낀 고향집 청마루에서 앞산 바라보며

 화양 올라가는 길따라 당산나무가 보이는 곳에는

그 고갯마루 늘 변함 없거늘

 

길지나는 길손 쉬어가던 자리는 잡초만 무성하고

옛 생각에 넘어보니

뒤 돌아볼 줄 모르는 쏜살같은 세월이

급히도 떠난뒤.

앗아간 세월이 원망스러워 눈물만 나더라.

나는 꼭

그곳에 다시 가서 덩거런 곳에 집짖고 살끼다.

내 친구들 위해 곁방하나 비워놓고

해거름이면 군불떼서 방 대워 놓고

산체나물 양제기에 묻혀놓고 기다릴끼다.

  

신작노로 지나가는 차를 턱고와  기다리고 있을끼다.

차 불빛이 끈기면 잔별이 쏱아지는 하늘을 보고

구슬픈 노래가락으로 밤 깊기를 기다릴끼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소멧자락에 묻혔다가

님 오신다는 안날  빨래하고 공굿대 높게해서

말릴끼다.


살기에 지친 친구가 찾아 오면 묵혔던 쌀가마니 헐어놓고

한달이고 두달이고 쉬어가게 하고

몹쓸병에 걸린친구가 수양을 원하면

악귀같은 병 낳게 해 줄끼다.

             탕건망건 풀어놓고 소매적삼 걷어 올리고

물방개 고깃떼 간지르는 맑은 물에 발 담구고

허무하게 흐르는 세월과 발아래 흐르는

물길의 속뜻을 살펴보리라.

봉창가에 지저기는 잡새와

무수히도 많은 자연을

화폭에다 담고 뜻 가는데로 글쓰다.

저고리 동전풀어 머릿맏에 차곡차곡 게벼놓고

자는 듯이 꿈꾸듯이 세상사연 다 접을끼다.


친구야 .

아침이면 이름모를 철새가 지저기고

행인 오가는 길이 훤히 보이는 해 잘 드는 언덕에다

떨리는 네 손으로 꼭꼭 묻어주고

새싹 돋거던 이배 막걸리를 잔디거름으로 뿌려주렴...


험악한 이 세상

내 뜻대론 못살아 남겨둔 것 이라곤 하나 없는데

앞질러간 저승문 앞에서

두고온 무엇을 찾아 갈길 못가고 서성이는지....


짧막한 세월을 주름잡고파

솓는 힘을 세상풍파에 겨루웠으나

덧없는 세월에 휘적이는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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