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山 中/송익필(구봉)
獨對千峯盡日眠(독대천봉진일면)
일천 봉우리 마주하여 졸음에 해 지는데.
夕嵐和雨下簾前(석람화우하렴전)
저녁 산 으스름이 비를 안고 내려오네.
耳邊無語何曾洗(이변무어하증세)
세속 잡설 안 들리니 귀 씻을 일 무엇이랴.
靑鹿來遊飮碧泉(청록래유음벽천)
푸른 사슴 노닐면서 맑은 샘물 마신다네.
쏜살같은 세월
김 명 현
저녁놀에 비낀 고향집 청마루에서 앞산 바라보며
화양 올라가는 길따라 당산나무가 보이는 곳에는
그 고갯마루 늘 변함 없거늘
길지나는 길손 쉬어가던 자리는 잡초만 무성하고
옛 생각에 넘어보니
뒤 돌아볼 줄 모르는 쏜살같은 세월이
급히도 떠난뒤.
앗아간 세월이 원망스러워 눈물만 나더라.
나는 꼭
그곳에 다시 가서 덩거런 곳에 집짖고 살끼다.
내 친구들 위해 곁방하나 비워놓고
해거름이면 군불떼서 방 대워 놓고
산체나물 양제기에 묻혀놓고 기다릴끼다.
신작노로 지나가는 차를 턱고와 기다리고 있을끼다.
차 불빛이 끈기면 잔별이 쏱아지는 하늘을 보고
구슬픈 노래가락으로 밤 깊기를 기다릴끼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소멧자락에 묻혔다가
님 오신다는 안날 빨래하고 공굿대 높게해서
말릴끼다.
살기에 지친 친구가 찾아 오면 묵혔던 쌀가마니 헐어놓고
한달이고 두달이고 쉬어가게 하고
몹쓸병에 걸린친구가 수양을 원하면
악귀같은 병 낳게 해 줄끼다.
탕건망건 풀어놓고 소매적삼 걷어 올리고
물방개 고깃떼 간지르는 맑은 물에 발 담구고
허무하게 흐르는 세월과 발아래 흐르는
물길의 속뜻을 살펴보리라.
봉창가에 지저기는 잡새와 무수히도 많은 자연을
화폭에다 담고 뜻 가는데로 글쓰다.
저고리 동전풀어 머릿맏에 차곡차곡 게벼놓고
자는 듯이 꿈꾸듯이 세상사연 다 접을끼다.
친구야 .
아침이면 이름모를 철새가 지저기고
행인 오가는 길이 훤히 보이는 해 잘 드는 언덕에다
떨리는 네 손으로 꼭꼭 묻어주고
새싹 돋거던 이배 막걸리를 잔디거름으로 뿌려주렴...
험악한 이 세상
내 뜻대론 못살아 남겨둔 것 이라곤 하나 없는데
앞질러간 저승문 앞에서
두고온 무엇을 찾아 갈길 못가고 서성이는지....
짧막한 세월을 주름잡고파
솓는 힘을 세상풍파에 겨루웠으나
덧없는 세월에 휘적이는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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