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산 야
작열하던 태양도 소슬한 바람기에 밀리고 여름내 입었던
푸르던 홑옷은 두꺼운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소.
들판은 푸르고 배가 부른 열매들은 터질듯 하였소.
감은 몇 안달리고 땅에 떨어져 반초가된 홍시로 쌓여 있었소.
밤은 익어 붉은 알로 떨어져 있고
송이채 떨어져 있어도 줍는 이도 없이 있었소.
푸르던 꽈리는 영글어 풍선으로도 족한듯 하였고
탱자는 노란색으로 다익었고 담사이의 집피 열매는
붉은 색으로 다 익어 있었소.
골목의 대추는 추석에 따기에 알맞게 익어 있었고
야산의 붉은색 자두는 따는이 없이 폭삭 늙어 있었소.
깨동과 꿀밤은 다람쥐 청설모가 흔들면 주루룩 흐를 만큼
잘 익어 있었소.
하늘은 먹구름인데도 여전히 고향의 공기는 맑았소.
길을 건너는 들녘 좁은 길은 풀이 무성하여 땅은 보이지 않았소.
길을 건너다 진흙 구등이에 신발이 다 젖었소.
동산이 인접한 길모퉁이에는 코스모스가 간간히 피여
하늘거리고 있었소.
때 맞추워 불어주는 찬바람에 축축히 젖은 무거운 날개를
흔드는 잠자리는 높았다 낮았다 하늘을 날고 있었소.
작고도 크게만 보이던 산 고갯길에 나보다도 조금 컸던
소나무는 하늘 높이 자라서 솔잎은 그늘아래 추억을 묻어 놓고
행인도 없는 오솔길을 지키고 있었소.
나무 삭다리는 삭아서 나뒹굴고 산새들도 앉지 않고 지났소.
풋 복숭은 가지에 붙은 하늘소가 붙어
흉스러운 모양으로 진을 내 놓은 채 벌래먹어 있었소.
돌배가 연하도록 익어 나는 짐승의 날개 짓에도
스르르 쏟아지고 있었소.
산열매가 달도록 골짜기 바람은 알맞게 불어주었소.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무거운 짐도 가벼웠고
이리저리 다니는 길마다 옛날의 향취에 젖어
힘든 줄 모르고 벌초 길을 다녔소.
-김 명 현-
수와 진 새벽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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