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글

개개비의 사랑

두무동 2010. 4. 4. 05:41

개개비의 사랑  ∥김명현∥


비오는 어두운 새벽 눈에 밟히는 못난 그리움 하나,

강둑길을 걷는 걸음 오늘따라 느려 보이네.

갈대숲에 둥지 튼다고 분주한 개개비 봄바람 불고

꽃필 때 그리운 임 만나서 좋겠네.

강변을 따라난 큰길 갈대밭에 몸집 작은 개개비 떼 날고 있었는데.

뻐꾸기가 날아들고 염탐을 해도 의심이 없는 사랑을 나누웠는데.

둥지가 부풀 때는 사랑도 깊어 개개비 얼룩 닮은 새알 여러개 

둥지에 품었네.


흔들리는 갈대밭은 숨기에 좋아 뻐꾸기가 둥지를

염탐하는 줄도 모르고.

세로로 난 갈대 가지에 개개비 앉기 어렵고 바로 보기 어려웠는데.

둥지의 알이 부화해 먹이를 달라고 보챌 때는 얼씨구 내 새끼,

작은 내 새끼, 크는 연습만 해도 어여쁜 내 새끼,

먹이 달라 할 때는 내가 하던 시늉도 잘 내지.

개천의 먹이를 부지런히 잡아다 덩치큰 뻐구기 새끼를 끼운다.

"째째잭 째째잭" 소란스러워도 사랑스럽기만 한데.

둥지를 독차지한 뻐꾸기 새끼 대리모에게 온갖 응석과 속임수로

먹이를 구애해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몸집 작은 개개비 뻐꾸기 새끼를 기르느라 청춘시절을 보냈으나

뻐꾸기 쌔끼 보은도 없이 날아가니 개개비의 사랑은 끝이 났습니다.

개개비가 헌신으로 키운 몸집 큰 뻐꾸기새끼 대리모의

울음소리 하나 배웠습니다.

뻐꾸기로 살아가기위해 "뻐꾹 뻐꾹" 우는데

마지막 굴곡은 대리모의 음성그리워, "개개~객!"

어미 없는 뻐꾸기 일생, 사랑을 잃고 뻐꾹 뻐꾹 울다가

개개비의 사랑이 그리우면 갈대밭을 찾습니다.

 

뻐꾹 뻐꾹 ......개개~객!

재울음우는 뻐꾸기 강을 찿아와 개개비 소리 한번 내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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