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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이 지는 능선 ⎡김명현⎦
일몰을 등지고 산을 내려오면서 보니 바람이 부는 것도 비가 내리는 것도 산과 들의 그 실체는 구분이 없이 하나가 되어있다.
자리를 만들어주지 못한 바람은 오갈 때 없이 불어오고
물은 난리를 치며 비가 되었다가도 구름이 되어 천둥이 소리치는 곳으로 몰려간다.
흰 띠구름이 산허리를 휘감고 골자기를 따라 살금살금 기어오르고
계절은 온순하지 못해 추웠다가 더웠다가 하루에도 여러번 변덕을 부린다.
산아래를 내려다보니 발치 아래 임자 없는 무덤 하나 잡초로 욱어지고 인간들이 벌려 놓은 세상만사가 무슨무슨 물상들로 복잡해보였다.
이제 인간이 속해있는 그곳에는 어두움이 오려나보다. 지금 산에는 사람들이 없다. 연기도 안 나는 복잡한 그곳으로 들어가 버렸나.
산맥에서 연결된 작은 강은 큰 강을 향하고 또 강은 일렁이는 대해를 향해 길게 누워
일몰이 지는 강주변의 들에게 생식을 제공하고 운행을 계속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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