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성걸게 걷는 밤
" 김 명 현 "
내가 좋아하는 노을빛은
붉지도 않고 지던 저녁
초저녁달이 저리 밝아서야
불을 지른 듯 타고 있을
가을 산의
찬 이슬이 시려서 나는 자네
낙엽들을 온돌삼아 자네
가을밤이 적적하여
꿈이라도 꾸려고 자네
바람이 소소해서 나는 자네
사랑의 빛이 내리는 밤을
뒤척이기 싫어 나는 자네
첫시(初時)도 안 되어 자네
연인들이 잠들지 말자고
속사기는 밤이 싫어
두리번 거리다 나는 자네
머리맡의 쓰던詩를
울어 맺는 밤이 나는 싫어....
가을이 성걸 성걸 걷는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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