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갈이철에 가신 아버지 - 김명현
이랴 저랴.
멍에 끄는 저 소 짬치로만 가자.
앞 두름은 밟지 말고 비켜서 가고
물릴 때는 뒷걸음으로 가자.
이랴 저랴 자라 자라 귀말 듣고 어서 가자.
언덕위에 송아지 젖 찾을 거여.
누구는 일하고 싶어 일하나 이랴 가자 저랴 가자.
소는 조상이라는데
모질게 소를 몰아 아버지 빨리 가셨나.
숨을 몰아쉬는 소잔등을 이까리로 급히 몰아
아버지 급히 가셨나보다.
된장 한 주먹으로 마취시키고 생코를 끼어
어서가자고 일 부리더니 모질어서 어서 가셨나.
잔등을 치며 이리저리로 소 부리더니 아버지
등창나서 가셨나 보다.
일철 되면 논밭에서 소를 모시던 아버지
소 발자국 따라다니시더니
소 판 이듬해 봄갈이철에 가셨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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