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줄 창작 마당

봄갈이철에 가신 아버지

두무동 2010. 5. 13. 07:20

 

봄갈이철에 가신 아버지 - 김명현

 

이랴 저랴.

멍에 끄는 저 소 짬치로만 가자.

앞 두름은 밟지 말고 비켜서 가고

물릴 때는 뒷걸음으로 가자.

 

이랴 저랴 자라 자라 귀말 듣고 어서 가자.

언덕위에 송아지 젖 찾을 거여. 

누구는 일하고 싶어 일하나 이랴 가자 저랴 가자.

 

소는 조상이라는데

모질게 소를 몰아 아버지 빨리 가셨나.

숨을 몰아쉬는 소잔등을 이까리로 급히 몰아

아버지 급히 가셨나보다.

 

된장 한 주먹으로 마취시키고 생코를 끼어

어서가자고 일 부리더니 모질어서 어서 가셨나.

잔등을 치며 이리저리로 소 부리더니 아버지

등창나서 가셨나 보다.

 

일철 되면 논밭에서 소를 모시던 아버지

소 발자국 따라다니시더니

소 판 이듬해 봄갈이철에 가셨나보다.


 

'여섯줄 창작 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 오는 날  (0) 2010.05.20
새소리 듣다가   (0) 2010.05.17
잃어버린 향수  (0) 2010.05.06
할아버지 냄새  (0) 2010.04.28
진달래 핀 민둥산   (0) 2010.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