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줄 창작 마당

새소리 듣다가

두무동 2010. 5. 17. 13:34

 

 

 

새소리 듣다가        -김 명 현-

 

아침 뜨락을 내려서니 대문 밖에 사는 뻐꾸기

바리톤으로 꾀꼬리 소리 울음소리

소프라노 테너로 숲속 음악회 여느라 요란하다.

 

대竹 꺽인 숲 이쪽에서는 오카리나로 연주하다  

저쪽 숲에서는 호러라기로 부니 숲속의 이 음계를

궁상각치우 오선진들 옮기리.

 

장끼가 골골마다 소리치는 대숲 언저리에서

메가 높이 날면 버들가지의 뻐꾸기도 소리 낮추고

앞산의 딱따구리 집에는 우환 닥쳤다고 시끄럽네.

 

종류별로 우지짖는 새소리 듣다가 구봉산의 아버지

하산하는 길 잊으시고 

나뭇잎 철철이 옷 갈아입는 산에 정드셨나 보다.

 

연두색 녹음이 얼룩얼룩 짙은 공동묘지가 좋으신가.

메봉 쳐다보는 갈분디기 끝자락이 그렇게도 좋으신갚다.

삼촌 집 축대 아래 잔대 엉겅퀴 풍성해서 기쁘신 갚다.

 

 

두절 반 아침인사하고 산 품속에 같이 앉아

새소리 듣다가 나만 내려왔네. 

 

   

  Henry Mancini / Gypsy Vio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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