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내 고향의 가을

두무동 2010. 9. 19. 18:55

내 고향의 가을       김명현

 

매미가 울다간 가을 숲 내 고향의 들과 산에는

질경이 덤불아래 개미는 굴을 파서 집을 짖고

명메기 제비는 처마아래 집을 두고 월남으로 갔겠지.

 

여름내 삼을 비비던 무릎의 멍 자국은 감물같이 물들고

사리던 삼은 물레가 물러받아 찌르레기 소리와 밤 늦도록 돌았네.

치성들이던 성황당앞 거북 돌은 새길 나며 사라지고

하메올까 하메올까 도라지되고 소쩍새되어 피고 울던 곳

고추잠자리 하늘높이 모였다 흩어지면 빨랫줄을 새로 매던

좁은 마당에는 질금 누룩이 구석구석 가을 덕석위에서 익어

지붕위 여문 박이 내려올 날 기다리다

여나믄 동이는 달구지 장꾼을 따라 장으로 가고

서너 동은 두 개로 나누어 아무게네 집 물독으로 갔지.

 

인동초 쇠무릎 골담초를 썰어 장꾼은 보따리를 지고  고개 넘어

야로 장으로 가고 볼일을 보러 갈 때면 걸어서 묘산 장에

 

해인사 가는 버스를 타고 가야 장에 갔다가

공치고 오는 날, 가난이 약이 되어 약 단술로 익어가던

내 옛 고향은 아직도 큰길 하나 없는 산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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