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궂이 여름 장마는 구름 비를 따라 자취를 감추었고
와명선조의 합창들이 사라진 공원은 조용함이 적적한데
어느새 계절은 가을의 한복판으로 들어와 나무들이
벗어던진 옷들은 비로 쓸기에도 버겁게 떠나가고 있습니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누군가 뱉은 농담이 진담처럼
느껴질 때면 자동차 속에서나 보는 빌딩 숲과도 같이
급히 지나가는 내 삶의 한 토막도 너무 막연해 보여서
계절 바람에도 맥을 못추고 가슴이 아리는지 모릅니다
물어 익어 붉기도 하고 노랗기도한 저 가을의
색소와도 같이 나도 중년의 색으로 물들고 싶지만
이제까지 철철이 다가오던 계절에 무심히 따라 주던 나는
오늘 그 계절의 바람에 맞서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