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 호수 - 김 명 현 -
까치소리가 떠들석 하던 호수공원에
여름이 지나면서
나는 가을 색에 물들어 있다.
새벽을 따라 산의 영혼들이 내려와
가을호수에
빈 의자를 만들어 놓을 때면
수령 높은 나무에 손만 가져가도
나는 가을 병을 앓는다.
뻐꾸기가 울음을 억지로 우는
산기슭에 수양버들이 고개를
물아래로 자꾸 숙이는 것을 보면
버들은 수영水影에 비친 긴 머리를 빗나보다.
가을호수에 아침이 오면 바람은
도토리를 떨어뜨리느라 잔기침으로
일찍 잠을 깨우는 줄 모른다.
조용하고 잔잔한 공원호수에
나란한 의자는 어깨를 빌려주던 연인이
이별한 뒤로 묵은 채 낙옆만 떨어져 있는데
환자복을 입은 환자가
빠져들듯 바라보던 호수의 깊은 시름은
날이 빨리 안새는 사람들을 거느리고
하루 아침을 맞고있다.
안개낀 장충단 공원 /배호
1.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누구를 찾아 왔나 낙엽송 고목을 말없이 쓸어 안고 울고만 있을까 지난 날 이 자리에 새긴 그 이름 뚜렷이 남은 이 글씨 다시 한번 어루만지며 돌아서는 장충단 공원 2. 비탈길 산길을 따라 거닐던 산기슭에 수 많은 사연에 가슴을 움켜쥐고 울고만 있을까 가버린 그 사람이 남긴 발자취 낙엽만 쌓여 있는데 외로움을 달래가면서 돌아서는 장충단 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