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대물림

두무동 2009. 9. 15. 05:13

  

대 물림 

해마다 하는 행사인데도 좀 채로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다

여기저기 전화를 해 놓고 막막한 길을 걷는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다 무엇인지

하는 일이 내 생계와 현실에서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다.

 

 

살림이라고 해야 아궁이를 딛고 드나들던 연탄방하나 장만해서

시작한 내 살림살이 한도 남기고 무거운 멍에도 지어놓고

자죽마다 처리 없는 일을 당부도 두지 않고 훌쩍 떠나버린 아버지,

고향이라야 정부치 하나 없는 쓰러져가는 가옥을 끌어않고 게시는 어머니,

왜, 문 앞이 산이고 길이 험한 그 산 동내를 지키며 살아야 하는지

물어도 답을 모르신다.

 

 

급격히 변하는 시대에 맞추어 사는 나는 먹고 사는 일만 힘든 것이 아니다.

공부는 밖에 나가서하고도 도외지의 생활과 산뜻하고 편안한일만

하는 나는 선친들이 하던 일을 그대로 따라서한다.

아버지가 안 게신 나는 무조건 옛 방식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인 줄 알고 있다.

아버지를 생각에서 잊어버리지 않고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모두를

옛날의 그 방식에 가두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이 힘들 때마다 그 조상 탓을 하기위해서 인것 같다......

 

무거운 짐을 지고 물러서질 않는 산길을 걸어야하는 일은 좀 과격한 운동을 하는

것과는 딴판이라 시작도 하기 전에 이것저것을 많이 생각해야한다.

장비의 부속부터 총원 행선지의 일정 그리고 잠자리는 군석 하더라도

힘든 일을 해야 하니 특히 식사준비 그리고 마치고나면 결산보고

해마다 담론만 있고 해결되지 않는 산적한 문제들 집안끼리의 불편한

심기와 조정을 하다보면 밤이 짧아 코를 크게 한번 골고 나면

어둑한 산길을 나서야한다.

길이 험한 가시밭길을 몸으로 뚫고 나가면 허벅지 장딴지는 온통

피멍과 긁힌 자국이다.

 

 

올해는 동생들도 없고 불혹인 이 나이에 내가 꼴찌에 가까우니

궂은일은 모두 내 차례인 것. 조상의 음덕을 찾는 것이 엎드리는 것만

아닌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철모르고 따라한 세월만 수십 해가

되고 보니 고향을 멀리 떨어지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되어있다.

험한 산허리를 돌고 물려주신 재산이 산세를 구경삼아 게으르지 말고

꿈직이는 것이 삶이라는 교훈을 심어주신 선친, 새로운 우리의 삶이

저 멀리서 기다립니다.

벌초를 하지 않고 묵히는 방법을 연구 하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대 물림도 끊고,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자판의 글 새긴

이름도 한해에 한번 떠오를까 말까합니다.

  

한해의 일을 마치고나니 내년의 일은 또 아득히 피로한 어제의 일에 묻혀

심신이 다 녹는 밤을 마지하고 있습니다.

원로로 모시지도 못하고 삼촌께 기계를 맡기신 저를 용서하십시오.

대구 초계 작은아버지께도 불편하신 몸으로 기계를 만지시게 해서

죄송스러움  금할 수 없습니다.

식사준비로 고생하신 초계에 숙모님 책임이 막중해 먼 길을 빠짐없으신

종갓집 형님 내외분 감사합니다. 못난 사람 만나 고생 진딱 하고

큰 불만 없는 내자도 우리 집의 큰 재산입니다.

 

 

참석자 모두께 감사드리고 올해에는 인원도 단출한데다 일도 더 험했던 탓에

고생이 심했습니다.

이 대물림을 한 해 동안 곰곰이 생각하겠습니다.

2009.09.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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