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펏던 날들

거석이 형님 가던 날

두무동 2009. 12. 25. 05:59

거석이 형님 가던 날 

 거석이 형 2009.12.12 몰沒

 

병원 가기 싫다. "떠나온 고향에나 한번 댕겨 올란다." 하시더니

시골의 구수한 인정이 몸에 배여서 새틀 같은 많은 날을 두고

형님 가시는 날은 시리고 추웠습니다.

 

거석이 형님 가던 날 

밤 이슬을 받아 먹고 병 나을까 싶어 기다리던 형님이였습니다.

 

어제는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바빴는데

문자가 가득한 전화기에 형님 간 날짜가 덩그러니 남아 있군요.

 

초로의 얼굴이라도 한번 보려고 갔다가 행차 중이라 못보고

또다시 찾았을 때는 누워있는 모습 보이기 싫어

동내 어귀 벼랑에 기대어서 나약한 손으로 내 양손을 잡고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고 하시던 형님.

 

거석이 형님 가던 날 

이 좋은 세상에 못 고칠 병을 얻어 낳는 날 오면 가셨다가도 오실 라요

봄이 오고 일철 다가오면 다시 오실 라요.

보리때 모자에 산딸기 한 호끔 싸가지고 나를 찾으러 오실 라요.

몸 써리 나는 농기계 연장 다듬어 밭 써리질 할 때 맞추어 오실려오.

만나게 되면 만나게 되면 그리운 그 옛날을 생각다가

당신 없는 하늘을 자주 처다 볼까싶어 가슴이 매여 집니다.


일 바쁘다고 배웅도 못해서 미안 합니다.

갈 때 나를 찾지나 않았는지.....

상주에게 남겨둔 내 전화는 당신이 살다간 흔적입니까.

나는 형님이 없어도 이런 不友의 아우로만 살겠는데.

형님이 쟁기로 가꾸던 자갈 부딪히던 밭은 지금 대 뿌리가 침범하고

쑥대 빼뿌쟁이로 가득하니 언제 한번 기계소리 웅장한 경운기로

샅샅이 뒤져서 옥토처럼 가꾸어 보실라요.


거석이 형님 가던 날 

    

     오는 것이 있고 가는 것이 있으면 다시 오는 것도 있겠는데

당신은 그 것을 모르신답니까.

글을 쓰는 나는 시간이 많이 지나면 내가 쓴 글을 잘 기억도 못하지만

형님이 내게 남겨준 추억은 이리도 깊어 당신같은 마음의 글을

지우기 위해서 애를 쓰며 이러는 줄 모릅니다.


거석이 형님 가던 날 


보고 싶은 형님, 그곳은 동짓달 섣달도 따듯한지

선몽으로라도 한번 다녀갔으면....  

병원도 약국도 없는 세상에서 늘 편안했으면....

 

나는 바쁜 한해가 다갔는데도 여전히 빈손인 걸 보면

가진 것 없이 떠나간 형님과 꼭 비슷하여

그 갈망하던 사랑도 한동안은 비워두어야 겠습니다.

 

가고 없는 거석이 형님이 생각나서

밤 이슬이 많이 내린 새벽길을 걸었습니다. 

-두무동    김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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