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펏던 날들

형 하나 누나 하나

두무동 2010. 4. 30. 13:03

 

 

 

 하나 누나 하나    ‖ 두무동/김명현 ‖

 

사랑채 처마밑의 하현달이 졸도록 술상을 마주하는 

맏이가 아닌 형 하나 있으면 좋겠네.

 

물색없는 말을 해도 묵묵히 들어주는

어리숙한 형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눈물로만 지어도 백아절현伯牙絶絃같이

마음으로 읽어주는 형 하나 있으면 좋겠네.

  

집이 비면 다정히 밥상을 차려주는

정이 수북한 누나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세상살이 고달플 때 "몇일 쉬었다가라"고 하는

맏이한테 시집간 누나라도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삼신이 의논한, 일거리 많은 맏이로 태어나서

할 짓 다하고 사는 사람 쌧기로

동생들이 다가고 주위는 적막만 떠도는 지금에

나도 한번 동생으로 살아보고 싶은데.

 

형도 누나도 없는 어른이 되고나니

일찍부터 운명이 되어버린 맏이종손,

부모님 맞기신 가세기운 집 한 채 떠받히고 산다.

 

어머니가 밭으로 나르기 쉬우라고 텃밭 가까이 두셨는지

고향집 사랑채에는 아버지가 지고다니시던 오줌장군이 
아직도 그자리에 남아있다.
저 집만 쳐다봐도 나는 눈물이 난다. 
가고싶지 않은  저 집, 나는 쳐다만 봐도 아버지가 생각났다가.
밭에서 쟁기질하느라 소가 내어 품는 입김 같은 것이 
내 가슴에도 나는 것 같다.....
밉다가도 그립고 불쌍히도 홀로 게시는 어머니
힘들기도한 내 인생이지만,
더 이상은 불효는 말아야 할 나 이기를 빌 뿐이다....
     

♬ 미련도 후회도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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