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한 꽃 김명현
오뉴월이면 다랑논 두렁에 여름 한낮으로 심심한 꽃이 핀다.
우악스런 불한당도 못 건드린 쐐기집 엉성한 어설픈 꽃이 핀다.
장마철 날 굳으면 관절 닮은 찔레에도 등창 난 땀 저고리에도 행주 같이 천한 꽃이 핀다.
꼬부랑길 묫등길을 지나 행두군 발치에 혼백 잃은 앵이 꽃
보릿고개에서 궁것질 하다 산 너머로 시집간 애 많은 누이 꽃
정신줄 오락가락하시는 친정아버지께 간 저린 자반 갈치를 보내면 달라 붙은 꽃잎을 보고 딸 보는 듯 하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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