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꽃처럼 - 김명현
그대의 안녕은 날이 갈수록 가을 하늘을 닮아 노을에 잘 물든다.
뉘엿뉘엿 하루해가 저물면 코스모스 꽃잎 고개진 주홍 빛 서쪽으로 간다.
내 모습은 여름을 살면서 장마에 지쳤는지 늘어져 윤기 없는 꽃이 되었다.
하늘에 별들이 가을비처럼 헛 뿌려지는 밤마다 흰옷을 입고 기다렸는데
어제는 울어대는 축담아래 귀뚜라미 때문에
오늘밤은 또 뒷골 사는 홀아비 소쩍새 때문에
새까만 밤하늘에 흰 알몸으로 날마다 박쥐 같이 선잠을 잔다.
장현 -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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