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여름이면 청춘도 지나간다

두무동 2013. 7. 13. 09:50

 

 

여름이면 청춘도 지나간다  2003.07.13 

 

올들어 첫 매미가 운다.

지나간 추억을 글로 쓰지 않으면 과거를 잊는 사람이 될것 같아

핸드폰 문자로 옛 친구들한테 "메미가운다"라고 하면

내가 보낸 문자보다 대여섯배는 많은 글을 보내온다.

버드나무가 어쩌고, 부채가 어쩌고, 툇마루 거늘이 어떻단다.

어떤이는'메미'가 뭣고 글자가 틀렸단다.

옛날 내 추억속의 매미는 그렇게 뽕나무나 감나무에서

떼로 몰려다니던 그 매미라서 한글 맞춤법을 그대로

'메미'라 부르고 싶어진다. 

마굿간의 구시에 가득히 저녁상을 받던 뿔이 굽은

소는 다 어디로 갔을까.

소가 먹던 저 부더러운 풀잎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애초기에

잘리더니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쓰레기장을 메우러 간다.

식성이 까다로와 고기를 먹으면 두더러기가 난다던 재넘어

고종사촌 형은 지금 못먹는 고기가 없다.

살생은 옛사람들보다 요즈음 사람들이 더 많이 하는 것같다.

내 입으로 들어오는 모든 생물체들... 식당에서 먹는 요리...

그래서 죄도 많고 탈도 많은 가보다.

나는 여름이면 찬물에 밥을 잘 마는데 반찬은 기끗해야 풋고추

똥갈린 멸치과 마늘 몇쪽이면 여름허기가 져서인지 

평소보다 많은 양의 밥을 먹는다.

물에 만 밥은 양이 너무 작아보인다.

처마밑 설강 당새기에 꼽쌂은 보리밥 생각에 또 밥을 물에 만다.

잠자리가 자주 앉던 빨랫줄은 손을 움직이지 않으려는 여자들

때문에 세탁기를  빙빙돌아 향긋한 향수 까지 바르고 나타난다

남자의 옷은 뛰어 넘지도 않으시던 할머니가 아셨으면

세상의 며느리들을 다 게으름뱅이라 하셧을 것이다.

기름먹인 대나무 부채는 오늘날의 여름 문에 닫히고 

실외기 바람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멱을 감고 충혈된 눈으로 물속에서 피라미를 따라다니던

여름날은 축사의 오물들이 이끼처럼 눌러 붙어

물끄러미 쳐다만 보아야하는 오갈데 없이 아련한

오십의 추억으로 방황을 하다가 멋 스럽지도 않는

보릿떼 모자를 덮어쓰고 괜히 어슬렁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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