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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랑이

두무동 2009. 3. 28. 07:04

 

 

아지랑이  

                             “명 현”


산과 들 곳곳에 봄 아지랑이 핀다.

 

월동 나면서 주름진 잔디허리라고

힘없이 바람 앞에서 손바닥으로 싹싹 빌더니

지금은 연두색  연한 파스텔을 솜털로

부지런히 문지르고 있습니다.


해마다 이 때쯤이면

먼 산 숲속의 숨은 영혼들이 아지랑이로 변해

빛의 노리개로 피느라 바쁩니다.


숲이 산속에서 잠든 영혼을

아직도 못보고 있음은

산속은 그 숲이 전부라고 우기기 때문에

아지랑이가 피는 산을 보지 못합니다.


숲이 무성한 잎이 되어  

반짝이는 에메랄드빛을 발하면

나는 봄 빛이 부리는 요술이라 짐작합니다.


꽃 들이 여는 봄 연회장에 내가 참석치 안음은

하루살이보다 짧은 내 생을 꽃과 놀다

바람소리에라도 취하여 나를 잊을까 싶어서.


저 먼 산들이 나의 움직임으로 인해 

색이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나의 영혼도 그 숲속 양지쪽에서

사계중 한철을 살살 기는 아지랑이로 살아 갑니다.

 

 

자연은 아지랑이로
일년에 한번씩 그것도 초봄 한 때만
한 해를 살다가 살아져간 숲속의
영혼들을 위해 제를 지낸다.
피고 졌던 꽃과 모든 생물들의 혼에게
그들이 이제 새 생명들 앞에서
자리를 내어주는 행위를 한다.

숲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자기는 보지 못한다
건너 산에서 움직이는 현상을 보고
숲은 아지랑가 그 영혼인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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