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김삿갓
조물주가 이 세상에 여인숙을 만들고
세월의 지남도 모두 그와 같이 하셨도다
천지가 생겨난 뒤에 아침저녁이 거듭되고 있거니와
혼연 오고가는 것이 그 안에 일순을 쉬는 것이다
우주 억 천만년 돌이켜 보아도 도를 깨친 선인들이
어제 자고 간 곳이고 가없는 천지에 물체는 저마다
한정이 있거니와 그 사이 나는 백년의 나그네로다
신선의 하늘 덮는 큰 돌도 짧고도 긴 편이며
석가의 번화한 거리도 큰소리로 뒤덮였을 뿐
삼만 육천날도 오히려 작은 것이고 청년을 벗하며
술 마심도 꿈결 같은 일이다
동쪽 뜰의 자두나무 봉숭아꽃도 한조각의 봄 일뿐 이고
천지의 물거품이 길다고 느껴지기도 하나
세월은 잠깐 잠깐 왔다가는 바둑판이고 혼도 또한
바야흐로 살았다 싶으면 죽게 되는 우주의 질서인 것이다
사람은 오직 하나 있고 물질은 만이나 되므로
변함으로 본다면 크고 작음이 없도다.
산천과 초목은 흥하고 망하는 자리며 제왕과 후백은 바뀌고
바뀌는 실마리다 그 중에서 하나의 큰집을 마침내 여시니
지황과 천황이 남녀를 주관하셨다
방을 나눈 헌제는 그 뜰과 거리를 넓히고 돌을 다듬은 황와는
기둥주춧돌을 높게 놓았다
행인의 일전과 화옹의 빛 돈을 명월과 청풍이 서로 주고받더라.
천태의 노 선녀가 자리를 말끔히 하고 기다리는데
무릇 육지가 바다로 변하는 광경 세 번이나 보았도다
우산에 해가 지자 나그네는 제나라에 숙소를 찾고
신루의 가을바람 소슬 하자 사람이 초나라를 지나도다
부상에서 닭 울음소리가 울리자
끝없는 나그네 길에 너와 내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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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사연을 베게전에서 물리고
이별 할 님의 어깨에 기대서 울때
꽃 등잔 새벽이 밝아오면
예당 뜰에서 슬퍼 우는 국화야
가을 밤 서녘별도 옷자락에 숨어
같이 슬어하더라
"명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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