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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푸대접-완모를 보내고

두무동 2009. 4. 7. 18:30

친구의 푸대접

                     완모를 보내고

 

지지난 달에는 다음 달에 보자

또 지난달에는 이달에는 한번 오마고 하더니

몸이 좀 안 좋아 병원에서 퇴원해서 집으로 가는 중이라 하더만

내 곧 내려가면 그때 보자던 친구

올해도 해마다 보내주는 쌀이 고맙다고

인사치레로 하던 전화는 너의 가장 최근의 따뜻한 말 이였구나

 

회사 앞마당에다 고추랑 오이를 심어놓고

아침저녁으로 덜여다보며 외로움을 달래던 친구

낙이라면, 아는 이라곤 나 밖에 없던 이 지방에

내려오면 술상보자고 밤낮도 없이 나 불러내고

마주치는 온 사람들한테 지가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오는 친구고 해마다 햇 쌀나면

화물로 보내주는 둘도 없는 지 친구라 자랑하던 친구

 

어잿밤 꿈에 국수 한 그릇 대접한 것이 너 일 줄이야.

하도 이상한 꿈이라 진 종일 두려웠는데

해외 출장노독이 안 풀린 이튼날

나 귀국하기를 기다렸던거니.....

 

사진 한장 너와 나뿐

상주들도 잠든 새벽의 너는 국화만 한 아름안고

축축한 지하에서 나오기만 기다렸니

교회는 가지 않 가겠다 더니 죽고나서 변심했니,

놓인 성경책은 친구의 마지막 술 한잔도 마다하는구나.

 

지몸 망가지는 줄 모르고

일이 좋아서 일에 미쳐서 사느라

전화 할 시간도 없다던 친구.

이젠 핸드폰 너 전화를 지워야 되겠구나.

내년부터는 임자 없는 화물 어디로 부치니?

 

문간방 지키시는 노부를 어쩔거니?

너의 싸늘한 푸대접, 입맛도 다시지 못하고

병석에서 얼굴도 제대로 못본 못난 친구는

생전의 모습으로 너가 내려와서

찾을 것 같은 창원으로 발을 옮긴다.

 

너에게 내가 주는 마지막 선물은 세번의 절 뿐이다.

잘 있거라 완모야!

볼일이 있어 오거던 예전 처럼 그렇게 날 찾으렴

그때는 이배막걸리로 상을 마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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