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의 문턱에

두무동 2009. 8. 7. 04:28

 선선한 바람만 일지 않았습니다.

잔잔한 비바람도 아니었습니다.

가을의 문턱에 한 남자가 서있습니다. 

한 여자는 못난 사람을 만나 시집살이가 고댔다고합니다.

뱃골이 작은 아들놈을 보고 시아버지 시삼촌까지

병구완 하느라 하나만 놓아 잘 키우겠다는

아들의 젖배를 골게 해서 저모양이라고 한탄을 합니다.

호강을 시켜주겠다던 말은 어느새 흰머리가 희끗희끗해서도

앞이 안 보인다고 말을 늘어놓기 시작하면 하던 일은

그만 나도 잘 모르는 그림들로 들어차버립니다.

내가 제대를 하고부터는 아버지가 진 짐을 보면 대신 지갯짐을 받아 지고

벌레소리 요란한 논두렁을 오붓하게 걸으며 괭이 자루만 들고

뒤를 따라오시던 그때가 그래도 고와서 한여름이 지나가지 말았으면 하고

시리던 가슴이 생각납니다.

나도 이 나이에 그런 대접을 받고 싶어지고 흔들리는 잇발도 바꾸고 싶고

어두운 눈을 교정도 하고 싶습니다만 군대 시집살이 끝난 아들의

보약과 눈 라식을 먼저 챙기는 지금입니다.

아주 옛날도 아닌 겨우 이삼십년 전인데 너무 많이 변해버려

삶의 방정식데로 급히도 사라졌습니다.

누가, 어느 사회가 이정도로 살기에는 넉넉하고도 예는 거꾸로만 변절해

가게 하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습니다.

나도 일이 점점 무서워진다고 하소연을 하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하시던 농사일을 팽개치고 도시의 사람으로 살고 있는 나는

자식에게 먹고 살 일을 가르치겠다고 그냥

아버지 일을 좀 배워나 보라고 하지만 음식처럼 권하다가 맙니다.

대한민국의 남자가 첫번째로하는 시집살이는 군대 시집살이 이지만

오십 줄의 남자가 두번째로 해야 할 시집살이는 끝이 보이질 않는

사래가 긴 밭고랑에 앉아있습니다.

몇 일째 입안의 가시가 돋아 오만 인상을 다 쓰며 밥을 물에 맙니다.

여름이 지나는 立秋의 한 켠에 한 남자가 입안의 혀를 굴리며 서있습니다.

담 아래 저 잎가시 숭숭한 호랑가시나무도 가을이 오면 진한

그 향기를 피우기 위해 호강도 없는 여름을 저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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