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갈던 쟁기 경운기 버리고 도시로 간 고향에서 같이 살던 형님아,
늪들논에 모가 한창 자랄무렵 딸기 밭의딸기가 익어가면 보리떼 모자 구판장 소주 설탕을 버물려
은행나무 아래서 취해서 차포를 다 떼주고 장기두던 거석이 형님아.
이웃 마을 이쁘고 곱던 우리친구를 대려다가 다복하게 시집살리는 한살받이 친구야
젖 만지고 싶은 사람 다 모여라고 젖 소의 젖을 짜며 질맷대처럼 굽어 효심깊은 친구야
갈분디기 논두렁 높다고 떠났다가 일하는 터럭을 몰고 고향에 왔다 가면
코가 땅에 닫는 어머니 두고 발길이 안 떨어진다고 울고 다니는 뒷집 형님아
고향에 선산만 두고 훌쩍 떠나 집체는 내려 앉고 숲으로 우거진 살던 집터를 보며 울부짖던 친구야
밭이 있는 건너 울창한 대밭를 쳐다보면 너와 놀던 때가 구석구석 서린 어린 시절이
자주 생각나는 작고 부지른한 내 소꼽 친구야
고향 소식인듯 나를 보면 반가워 어쩔 줄 모르는 도시에 많이 사는 친구들아
우리 살기가 언제까지 이렇겠나.
지금 사는 우리 모습은 예전과 비하면 행복 아니더냐.
미치도록 보고싶으면 전화라도 한번 하지.....
내 마음 같지 않은 거 안다만 전해주는 안부라도 반가웁는데 하루 같이 짧은 인생은
가고는 못오는 세월이라 자꾸만 짧아 가는 구나.
우리가 소 몰이하고 놀던 솔이 우거진 서제뫳등은 인저 사람과 소가 밟지 안아
풀이 자욱한데. 언제 또 한번 만나 옛날 이야기 해볼래.
건강하면 또 만나겠째? 무정하지는 말고 또 만나며 반갑자 구나.
-김 명 현-
농부와 길손 - 나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