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줄 창작 마당

허수의 이야기

두무동 2014. 9. 4. 06:42




참새와 허수아비  

허 수 의  삶    - 두 무 동 /김명현-

 

     그  마음이야 오죽 하겠습니까.


     머리 작은 새는 전봇대만 보다가 착각하고 발길을 끊었는데

     머리가 제법 큰 산짐승은 어제 저녁에도 내 곁에서 잠을 자고

     해가 뜰 아침에 산으로 갔다고 콩 주인은

     나를 속도 없다고 합디다.


     가을 들판의 허수아비는 길 멀리서 다가오지 않는 인정으로

     짐승들이 주적主敵이라고 워낭 깡통을 걸어주며

     가면을 쓴 두상으로 살라면 오죽하겠습니까.


     허우대는 인간의 허울을 써서 소매 깃을 펄렁이지만

     워이워이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한 인생이라고

     짚단으로 가득 채워진  그 거친 속 오죽하겠습니까.  


     나도 때로는 한번 웃어도 보고 싶은데 고약한 모습

     그 인상으로 죽을 때까지 변함 없이 평생을 그대로 살라 하면 

     선하게 살고 싶은 그 마음 오죽하겠습니까.


     어떨 때는 쫓다가 어떨 때는 보호한다는 새나 동물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인간의 종잡을 수 없는 변덕을 풀수 없는 수수 깨기로

     그 마음 또 우습습니다.


     하늘을 날고 들판의 곡식도 먹는 저 새의 작은 머리를 부러워하는 나는 

     들판을 지키라고 하니 머리가 큰 사람이 영리해 보이질 않습니다.

     날지 못하는 심장으로 뜨거움도 없이 살라는

     그 마음 오죽 하겠습니까.   


     하나 다리로 꼼짝도 없이 비오는 들판에서

     토란잎 우산도 한번 써보지 못한 인생으로 부풀은 젊은

     내 시절을 들판의 찬바람으로 살라하면 속이 텅빈 수수깡보다 못한 

     그 인생 오죽하겠습니까.


     콩 밭을 지킬 때는 내 주인은 콩이 되고

     조 밭을 지킬 때는 조가 나의 주인인데 염주공덕을 못 받은 나는 

     주야로 들녘을 지킨 노역의 대가도 없이 평생을 빈주머니로 살다. 

     화형에 처하는 허수의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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