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장미의 기분 김명현
오월에는 칭얼거리다 거친 부끄러움 같이
울과 담에 넝글맞은 장미를 보면
따박따박 따지고드는 마누라의 잔소리를 무시하고
어디론가 단초롭게 떠나고 싶어진다.
길거리에서 쉬라하면 해도 길겠다
질래꽃 덩굴에 걸린 그늘을 찾아 퍼대고 앉아
19살 가슴 싸아한 그리움을 그리고싶다.
오월의 밤은 한 달 내내 보름이였으면 좋겠다.
골목의 울타리길을 걸을 때면 밝은 달이 비추고
밤늦도록 잠도 안 왔으면 좋겠다.
오월이면 꾸정하지않는 불두화의 몽우리에
송이송이 복이 주렁주렁 달렸으면 좋겠다.
울 어머니 밭 이릉에 콩씨도 잘 서고
작년에 심어놓은 아버지 산소옆에 더덕 넝쿨도
무럭 무럭 자랐으면 좋겠다.
집 떠나 돌시넘은 객지의 아들놈
아버지한테 전화좀 해 주면 좋겠다.
바라는 것이 많고 만사가 뜻대로 되지않아도
장미꽃 피는 봄이면 왜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