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잎이 헐어버린 가지로부터 어디론가 떠나가면
나도 낙엽처럼 알록달록 물들고 싶었습니다.
언덕위의 나무에 올라 땅을 딛지 않고 하늘만 품고
살고 팠습니다.
산은 산이 높은 줄 알지만 낙엽이 지고 난 나무에 오르면
지구의 최 겉면에 있는 나는 그 위에 올라앉은 것처럼
구름이 흘러가는 가을을 세밀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나무위에 올라가 있으면 다람쥐가 밤을 숨기는 곳도 염탐을 하고
비구름 짙고 천둥치던 날 어미 새가 새끼를 품고 온기를 나누며
다독거리는 것을 보고 나는 나무에 매달렸어도 사랑은 그리웠는데.
바람가지에 나무가 흔들리면 발아래의 산들이 흔들려서 무섭고
하늘에 가까우니 그 하늘이 나를 빨리 데려갈까 싶어
바람소리는 더 무섭게 들려왔습니다.
언덕길을 내려다보면 지구를 조금 멀리 떠나 있는 나는
산꼭대기보다 더 높은 이곳에서 살고 싶었는데
땅을 딛지 않고 살고 싶은 욕망 때문에 나무에 올라
육신이 흔들리고 어질어질한 것이 취중이나 다름없는
내 마음은 나무에 반한 듯 누워, 평지에서 못잔 잠을
용맥 龍脈(산줄기)의 기운으로 한참이나 잘 수 있었습니다.
전자올겐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