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줄 창작 마당

나무에 올라

두무동 2009. 11. 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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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에 올라  - 김 명 현 -

       

      꽃잎이 헐어버린 가지로부터 어디론가 떠나가면

      나도 낙엽처럼 알록달록 물들고 싶었습니다.

      언덕위의 나무에 올라 땅을 딛지 않고 하늘만 품고

      살고 팠습니다.

       

      산은 산이 높은 줄 알지만 낙엽이 지고 난 나무에 오르면

      지구의 최 겉면에 있는 나는 그 위에 올라앉은 것처럼

      구름이 흘러가는 가을을 세밀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나무위에 올라가 있으면 다람쥐가 밤을 숨기는 곳도 염탐을 하고

      비구름 짙고 천둥치던 날 어미 새가 새끼를 품고 온기를 나누며

      다독거리는 것을 보고 나는 나무에 매달렸어도 사랑은 그리웠는데.

       

      바람가지에 나무가 흔들리면 발아래의 산들이 흔들려서 무섭고

      하늘에 가까우니 그 하늘이 나를 빨리 데려갈까 싶어

      바람소리는 더 무섭게 들려왔습니다.

       

      언덕길을 내려다보면 지구를 조금 멀리 떠나 있는 나는

      산꼭대기보다 더 높은 이곳에서 살고 싶었는데

      땅을 딛지 않고 살고 싶은 욕망 때문에 나무에 올라

       

      육신이 흔들리고 어질어질한 것이 취중이나 다름없는

      내 마음은 나무에 반한 듯 누워, 평지에서 못잔 잠을

      용맥 龍脈(산줄기)의 기운으로 한참이나 잘 수 있었습니다.
      전자올겐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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