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목을 헐값에 판다. 김명현
낙엽 한 장만 주워도 가슴이 시려 오는
오십을 청춘 한 냥이면 판다.
석양이 숨을 무렵 노송에 앉은 새처럼
봄 말고는 기다릴 것이 없어
내 그리움을 헐값에 팝니다.
얼었다 녹는 땅에는 봄비가 온다고
싹들이 다시 돋는 줄을 알지만 돌아옴을 잊은
내 허우대를 그냥 내 놓았습니다.
사갈 사람이 있을까요.
더 얹어주고 가면 짐이 가벼울 것 같아
내 신세도 그냥 내 놓을까 합니다.
삶의 제목도 없는 인생을
헐값으로도 막상 내다 팔만한 것이 없는
나는 파장에서 무엇을 기다리는지 모릅니다.
골격은 있으되 근육은 이완작용이 느려
침봉이 여기저기를 찔러대고 있습니다.
보름을 앞둔 달은 찼다가도 기울고
기울고 또 차는데
차지도 않고 기울지도 않을 것 같은 면목은
졸졸거리며 요란하던 물결은 어느덧
강에 도착하여 일렁이는 나룻배와 같이
잔잔한 물결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