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줄 창작 마당

그미줄 인생

두무동 2010. 2. 7. 17:19

 

 

거미줄 인생  | 김 명 현 |


줄긋는 연습만 수십 년 나는 줄을 그으며 산다.

점點은 간단해 보이지만 끝남이 있는 것으로

공간에서는 하나의 객체로 선線이 되기도 한다.

 

줄은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연결을 하되

연결되지 않으면 형체가 없어 못쓰고 삐뚤어도 못쓴다.

때로는 동그라미도 등장하지만 스스로 돌아야

쓸모가 있어 마음에 안 든다고 자주 지운다.

 

그기에는 文이 없어 나는 무식해져 있다.

그래서 글을 동경하고 음악도 간혹 듣는다.

나는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글을 잘 몰라

덕석만한 바닥에 선을 가득 채우고

복잡해지면 혼동을 하기도 한다.

 

스스로 미로에 빠져들어 체면에 걸리기도 한다.

나는 내가 한 그 행동도 때로는 잊어버리고

새로운 마당을 준비해야하는 압박감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넓은 바다에서 생활하던 선원도 한 십년만 하면

지겹다고 육지로 나오는데 나는 기껏해야

한 평도 안 되는 네모난 칸 안에서 눈이 어두워 질 때로

어두워져 있지만 그만두지를 못한다.

 

아름답게 살고 싶지만 예쁜 곳이라곤 없는 내 그림은

아무리 봐도 아름다운 것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거미는 팔각. 십이각으로 하늘에 집을 짓고.

나는 네모난 극極 안에서

여러가지 괘卦를 채우며 선에 매달려 산다.

 

 

   Ayna-Kadi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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