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축이지만 딱히 이름이 없다. 아침저녁으로 밥 챙겨주던 어메를 부르다 "엄메"가 내 이름이다.... 소가 강아지만도 못하다는 걸 오늘 깨우쳤다.
겨울이라 겨울잠을 자야하는데 우리 어메는 나에게 아침저녁으로 여물을 챙겨주셨다.
오늘은 어메를 원망하며 "엄메~"라고 길게 울었다. 생애에 처음으로 눈물이 쏟아진다.
낮 술에 취한 어메가 각중에 여물대신 막걸리를 주시며 우셨다.
우리에게 저승사자는 흰 옷을 입고 찾아왔다. 이름도 묻지 않고 업보도 따지지 않고 대려 가려한다.
주사 맞고 헤어진 우리 어메 꿈에서 만나면 이름 없는 축생 자식 알아볼지....
효도도 한번 못한 우리 어메 나 없으면 여물통 치우고 신경통 낮겠지.
소의 눈물 - 이수
소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우이독경, 소는 뉴스 같은 건 들은 적도 없다 멀뚱멀뚱 커다란 눈만 껌벅이며 오로지 주인님 한 분만 바라보고 살았다 배고플 때 여물을 던져주면 고맙다는 한 마디도 못하고 눈으로만 인사했다 세상을 눈으로 보았다
그런데 어느 날, 트럭에 실리더니 굉음 토해놓는 포클레인 밑에 무더기로 묻히고 말았다 지금껏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이 처참함, 소의 눈물을 그대는 보았는가? 하얀 눈 덮인 계곡에서 소도 울고 사람도 울고 눈물 많은 세상에서 모가지가 짧아 슬픈 동물이여! 삼진스님 = 백팔번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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