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줄 창작 마당

이름을 지어다오

두무동 2011. 1. 15. 07:32

 이름을 지어다오  김명현

 

나는 가축이지만 딱히 이름이 없다.

아침저녁으로 밥 챙겨주던 어메를 부르다

"엄메"가 내 이름이다....

소가 강아지만도 못하다는 걸

오늘 깨우쳤다.

 

겨울이라 겨울잠을 자야하는데

우리 어메는 나에게 아침저녁으로

여물을 챙겨주셨다.

 

오늘은 어메를 원망하며

"엄메~"라고 길게 울었다.

생애에 처음으로 눈물이 쏟아진다.

 

낮 술에 취한 어메가 각중에 여물대신  

막걸리를 주시며 우셨다.

 

우리에게 저승사자는 흰 옷을 입고 찾아왔다.

이름도 묻지 않고 업보도 따지지 않고

대려 가려한다.

 

주사 맞고 헤어진 우리 어메 꿈에서 만나면

이름 없는 축생 자식 알아볼지....

 

효도도 한번 못한 우리 어메 나 없으면

여물통 치우고 신경통 낮겠지.

 

 

 

소의 눈물 - 이수

 

소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우이독경, 소는 뉴스 같은 건 들은 적도 없다

멀뚱멀뚱 커다란 눈만 껌벅이며

오로지 주인님 한 분만 바라보고 살았다

배고플 때 여물을 던져주면

고맙다는 한 마디도 못하고 눈으로만 인사했다

세상을 눈으로 보았다

 

그런데 어느 날, 트럭에 실리더니

굉음 토해놓는 포클레인 밑에 무더기로 묻히고 말았다

지금껏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이 처참함,

소의 눈물을 그대는 보았는가?

하얀 눈 덮인 계곡에서 소도 울고 사람도 울고

눈물 많은 세상에서

모가지가 짧아 슬픈 동물이여!


 

삼진스님 = 백팔번뇌

'여섯줄 창작 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빗속의 이별   (0) 2011.02.20
면목을 팝니다.  (0) 2011.02.16
짝째기 사랑  (0) 2010.12.17
쓸어 담고 있습니다  (0) 2010.11.27
가을 옷이 춥습니다.  (0) 2010.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