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장마비 오는 날

두무동 2011. 7. 19. 16:41

  

장마비 오는 날    김명현

 

비오는 날 숲속에 있으면

빗 방울 소리가 가늘었다 굵었다가 풀잎에서 부터 

나무들이 비에 젖어 축축 널어지고

우비를 받친 자리에는 도랑물이 골을 이루며

어디론가 흘러 갑니.

무신날 같으면 물만 실어 나르던 강은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큰 심부름을 한다.

냇가에서 떠내려간 온갓 오물을 마다않고

하류로 실어 나르느라 바쁘다

풀을 떳던 소는 우두커니 비를 맞고

소등의 털은 더 진한 붉은 색으로 변해

잔등에는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릅니다.

숲속에는 빗소리를 듣고 동물들도 꿈쩍않고

귀를 세우고 어딘가 숨어서 쉬고있는 듯

빗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어쩌면 비가 고요한 시간을 만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산속의 나도 따라서 비와 관련되어 축축해집니다.

 

마르고 나면 사탕내 같은 단내가 코를

심히도 유혹하던 소가 잘 먹는 저 부더러운 풀입.

 

큰 풀은 비에 쓰러지고

잔 풀은 물을 덮어썻다가도 금세 또 파릇파릇한

모습으로 일어서려한다.

키 큰 옥수수대도 시끄러운 빗 소리에 고개가 쳐진다.

솔이 떨구는 물방울은 여인의 사뿐사뿐한

발자국소리 같기도하고

뒤안에 숨어서 흘리는 여인의 애뜻한 눈물같기도하다.

 

나훈아 - 고향의 이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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