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 멍메기 김명현
이름을 여럿 가진 제비 닮은 그 녀석
제비가 집을 지으면 송판 받침대를 해주었는데
사랑채 기둥 높은 구석에 집을 짓는데도
쫓겨 다니던 그 녀석.
'왜 그랬지' 이유를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쫓고 쫓기고, 처마 밑 집부수기. 장난치기'
만만하던 멍메기는 내가 지은 그 녀석의 별호다.
칸나 꽃잎 비 젖어 흘러내리면
빨랫줄에 앉아 마당을 잘 기웃거리고
마주보기 끄려 눈치 보던 그 녀석
사고치고 숨어살고 남의집살이가 심히도
의심 가던 녀석
비를 맞고 몸을 흔들던 때는
또 다른 이름 '물 찬 제비'.
목소리는
찍찍거리던 전축 판에서 흘러나오던 가수보다 곱고
'선데이 서울'의 아가씨보다 날씬하던 녀석
낙숫물도 지친 눅눅한 장맛비가 방울방울 떠가던
가난살이 일천구백년
석가래 날럼한 처마아래 도리뱅뱅한 집을 두고
마당을 몇 바귀나 돌다간 녀석
이천년에 문득 생각나는 친구
지금도 눈치를 보고 기웃거리며 사는지
아~어제 같은 시절로 돌아가도
그 녀석과는 같이 살 수 없다.
명메기, 명세기, 명막이, 멱마기, 명마기, 맹멩이, 앵맹이, 앵메기,
앵매기, 명바기, 맹맹이, 넹넹이, 냉냉이, 넥네기, 낵네기, 냉내기,
명말조(明末鳥 명매기), 명망조(明亡鳥), 귀제비, 다양한 이름을 가진
제비과의 새. 작년 제비집에 포개서 집을 짖고 살아 제비를 좋아하던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던 제비와 비슷하고 남의 집을 기웃거리기 좋아하던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