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글
텅 비어 있는 도가니는 속이 없지만
남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크다.
스스로 채워지지 않는 도가니에는
온통 남의 마음만 남아 있을 뿐이다.
도가니의 속은 들여다 보아야
내용물을 반쯤 안다.
찍어 맛을 보고 그 숙성된 맛의 익어감을 알수 있다.
내 마음의 도가니는 숙성이 안되
이유도 없이
나는 겉에다가 글을 쓰고 마음 밖에
뜻 모를 황칠을 하다가 숙성이 되지 못하고
마음은 늘 비워져 있을 뿐이다.
줄 수 있는 마음이 충분히 있는데도
나를 그기에 가두고 생각도 그리움도
다 도가니에 담아 두고 겉에는 글을 쓴다.
김명현 . 허구 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