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에서
두 강을 사이에 두고 섰습니다.
밤 몰래 골을 건너오는 바람을 맞으며 인생사의 과도히도
잠재 해있던 잡념들을 뿌려 놓으려고 먼 길을 왔건만
조막손 같은 나뭇잎사이로 달은 떠 엊저녁의 벗과의 놀음으로
남겨둔 잔에서 아침까지 춤을 추었습니다.
지류를 따라 상류로 거스르면 낫선 그리움들은 찢어지고
막막한 외로움들만 다가옵니다.
고요히 잔물결이 일어 어디론가 가고
이 어중간한 오십과 육십에 나는 가야 할 길이
어딘지 저 강을 보니 더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나의 하찮은 생각이나마 강을 보며 내장에 머무는 火를
강이 보이는 언덕에서 내려놓을까 했습니다.
가야할 목표가 있으면 가면 되고 이루어야 할
꿈이 있으면 열심히 살아야 하지만.
그냥 여태 살아온 만큼 살아가다보면 또 저 강물이 맞닿는
어느 바다가 보이듯 초로의 한 인생을 빤한 행로로 다가 가겠지요.
나는 잘못 택한 것들이 너무 많아 두길 세길 갈림길에 서게 되면
애매하기도한 상류로는 가기가 싫어집니다.
어느 끝을 향해 가면 나의 고향도 있지만.
큰 강을 끼면 어머니보다도 어딘가 안락하고 푸근히 감싸는 할머니
품 같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 좋아서였습니다.
나는 강이 찢어져 있는 곳에 당도해 나머지 생을 걱정하며
청성을 늘어놓았습니다.
강을 따라 하류로 가면 만남과 약속이 있을 것 같지만
강의 갈림길에는 이정표가 없었습니다.
새벽이면 강에 두더지가 기침하듯 자주 기어 나가고
마음에 이글거리는 잡념을 씻으려 강을 찾아다니는 지도 모릅니다.
신세도 출렁출렁 행구고 개운한 마음으로 또는
새로운 마음으로 갖추기 위해인지도 모릅니다.
아련한 추억 같은 것이 비리한 내가 서로 만나 한참이나 어우르는 강
나는 이렇게 강에 미쳐 있습니다.
넓은 바다가 있으면 바다를 동경하며 부지런히 가야 하는
인생이 그러합니다. 두물머리는 갈리기도 힘들다.
우리가 가야할 큰 그 바다로
하찮은 것도 받아 쥐고 나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크고 잠잠했던 그리움 하나 안개 속에 갖혀있다.
2011.08.14. 나와 사현이 둘이 서있었습니다.
새벽길 - 김용임